-냉전의 도래와 인도 비동맹 외교정책의 복원

 

 

1. 인도의 -비동맹정책의 배경

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는 인도가 1998년에 두 번째 핵 실험을 하자 미국은 인도에게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하고 핵물질생산금지조약(FMCT)’에 서명을 요구하며 경제제재와 무기 수출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 국가였던 인도에 대한 제재는 실효적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북이 핵무장에 성공하자 미국의 핵 통제권에 균열이 생겼고 미국은 태도를 바꾸어 인도를 동맹국으로 끌어들였다(연정례, 김일수, 2021, 96). 미국은 20063월 인도와 핵협약을 맺었고 인도는 제한된 조건에서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연정례, 김일수, 2021, 96). 이 협정에 따라 인도는 22개의 핵시설 중에 14개의 민간 핵시설에 대해서 핵사찰을 받고 미국은 인도에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과 원료 및 장비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인도는 제한된 범위에서 핵물질을 농축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핵원료를 미국에서만 공급받아야 하는 불평등 조약이었다(샤밈 파이즈, 정호영 번역, 2009).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하여 인도양과 태평양을 하나의 군사 작전 단위로 통합하여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미국은 인도, 일본, 호주를 끌어들여 4개국(QUAD) 협력체를 만들었고 이 쿼드 협력체를 나토(NATO)처럼 군사동맹체로 만들려 했지만, 인도의 소극적 참여로 실패하였다.

인도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인도는 미국과의 군사안보동맹에 소극적일까?

 

2. 미국의 군사동맹 강화전략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계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 인도와 미국은 매우 첨예한 관계에 놓여 있다.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둘러싼 갈등이다. 인도는 201810554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사일 시스템 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다(Suhasini Haidar, 2019). 미국은 인도의 S-400 지대공 미사일 구입에 대해서 거칠게 항의하면서 2018년에 제정한 CAATSA(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에 근거하여 인도를 이란, , 러시아와 함께 제재 대상국에 넣었다(유철종, 2019). 미국이 당장에 경제제재를 하지는 않고 있지만, 인도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인도는 자본주의 상품체제의 고도화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영국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느라 자본의 축적이 지체된 인도가 빠르게 자본주의 체제를 완성하는데 외국인 직접투자는 중요한 요소로 된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인도의 경제발전이 지체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서 인도에 경제제재를 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서 인도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 직접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이고 인도 투자를 꺼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3. 인도 -비동맹정책의 변화 가능성

미국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쿼드가 안보공동체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파악하고 인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오커스(AUKUS)’를 조직하였다(반길주, 2022, 32). 미국, 영국, 호주 3국이 참여하는 외교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 Trilateral Security Partnership)’2021915일 만들어졌다. 오커스 합의의 핵심 내용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게 8척의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미국이 사실상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 핵무장의 고삐를 풀어헤친 중요한 사건이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핵확산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핵군축은 명분을 잃었다.

오커스 삼자안보합의에 따라서 호주는 8척의 핵잠수함을 갖게 되었는데, 미국의 결정은 유럽 국가와 아시아 국가들에게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었다. 미국은 과거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에 강요하였던 우리와 함께 하든지 우리의 적이 되든지(With us or against us)”라는 선택을 강요하였다(Bruno Tertrais, 2021, 3). 왜냐하면 호주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한다는 것은 더이상 핵확산금지조약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공공연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의 핵잠수함은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하는데, 고농축우라늄은 핵무기의 원료이다.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파기에 위기감을 느낀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국장은 오커스 합의가 발표된 직후 929일에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비확산체제가 약화 되지 않으려면 미국, 영국, 호주와 복잡하고 기술적인 협상을 해야한다(have to enter into a very complex, technical negotiation)”고 주장하였다(Bruno Tertrais, 2021 3). 그렇지만 이런 그의 발언은 매우 공허한 메아리이다. 원자력잠수함은 최고의 군사비밀이므로 현실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인도 배제가 명확히 드러난 이상 인도도 머뭇거림 없이 미국과의 핵협정에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낙후된 핵기술을 신속히 발전시키기 위하여 러시아와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냉전 시기에 쏘련으로부터 잠수함 운영 기술을 배웠다(Vice Admiral RN Ganesh, 2022, 3).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과 핵기술 이전에 집중할 거라는 예측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미국은 오커스를 만들어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질이 사실상 인도를 배제하고 인도양까지 미국의 작전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명확히 보였다. 그런 미국의 과욕에 대해서 인도의 정치지도자들과 특히 군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는 군수지원 조달을 위해서 매년 약 20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 앞으로 인도는 러시아 무기체계의 유지와 교체를 위해서 협력을 늘릴 것이다(Jude Blanchette, Richard Rossow, 2022, 6).

 

최근에 인도의 -비동맹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쟁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긴장 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가운데 인도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러시아에서 막대한 양의 원유를 직접 수입하자(Suhasini Haidar, 2022) 미국이 직접 경고하였다(민서연, 2022). 그러거나 말거나 인도는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게 금융제재를 가하자 인도는 루블화와 루피화의 현물 결제 시스템을 도입(이지현, 2022)하였다. 미국은 인도의 배신을 지켜 보며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만약에 미국이 인도에 경제재제를 가한다면 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안보환경에서 인도는 친미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동맹정책이 더 힘을 얻을 개연성이 높다. 그 단초는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와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기보다는 다원화된 국제질서를 원하고 있다(Manju Jain, 2019, 54). 201712월 뉴델리에서 인도, 중국, 러시아 삼국 외무부 장관들이 만나서 아시아 지역의 정세와 국제질서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였는데 이때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외무부 장관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인도 참여를 반대하였다. 그는 인도에게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을 재평가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제안하였다(Manju Jain, 2019, 50~51). 이런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서 애초에 인도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비핵국가인 호주에게 핵추진잠수함을 준다고 하자 인도는 더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적 협력 관계로 가까워지자 인도는 미국과 연합하여 그것을 견제하려고 하였지만(Manju Jain, 2019, 56) 오커스의 출범으로 인도의 전략수정은 불가피해졌다.

러시아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두 국가의 전략대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상하이협력기구(SOC)에 인도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였다. 러시아는 이런 전략을 강화하여 러시아-중국-인도를 잇는 전략적 유대 관계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역시 러시아와 군사협력이 중요해졌다. 인도는 현재 러시아제 T90 탱크와 미그29(Mig-29)전투기, 수호이-30(Su-30MKI)전투기, 비크라마디티야(Vikramaditya) 항공모함, 차크라(INS Chakra) 핵잠수함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가 군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며 국방예산을 크게 늘리는 가운데 군 내부에서 무기 획득 체계를 둘러싸고 미국산 체계, 유럽산 체계, 러시아산 체계가 경쟁하고 있다. 최근의 정세 변화로 인해서 인도의 재래식 무기 현대화 작업은 미국보다는 러시아에 더 무게중심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나라의 국방부 장관은 정부간 군사기술협력위원회(the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Miliary Technical Cooperation)”를 만들어 두 나라 국방부 장관이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Manju Jain, 2019, 59).

 

결론

이 연구는 최근 오커스의 출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요인을 토대로 인도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균열이 발생하였고 이는 인도-러시아와 유대 관계를 강화하여 인도의 -비동맹정책을 강화할 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큰 틀에서 볼 때, 인도를 쿼드에 강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무력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미국이 인도에 즉각적으로 경제제재를 하지 않지만, 만약 미국이 인도에게 경제제재를 한다면 인도는 러시아와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핵기술이 인도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기에 미국이 인도에게 즉각적인 경제제재를 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인도의 분리는 필연적으로 보인다.

인도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호주에게는 전면적인 핵무장수준의 고농축우라늄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한다는 것은 인도의 핵 자주권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므로 인도는 반드시 이에 대한 후속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비동맹정책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신냉전질서를 거부하는 자주적인 독립국가의 외교정책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자주적인 주권국가의 외교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에 대한 유연한 전략적 사고의 전환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한미동맹 기조에 갇혀 불필요한 갈등 국면에 휩싸이기보다는 인도의 -비동맹정책의 전략적 이익을 냉철히 분석해 보고 한국의 국익에 최적인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반길주, 2021, “냉전과 신냉전 역학비교: ·중 패권경쟁의 내재적 역학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전략,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21권 제1.

연정례, 김일수 2021, “인도의 핵확산과 미국-인도 안보협력”, 국제정치연구, 243.

샤밈 파이즈, 정호영 번역, 2009, “인도-미국 핵협정에 관한 질문과 답변(1)”, 정세와 노동, 44, 노동사회과학연구소.

Bruno Tertrais, 2021, AUKUS and its implications for Asia, US-European relations and non-proliferation, Norwegi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Norway.

Manju Jain, 2019, “Deepening Relationship between Russia and China”, Indian Journal of Asia Affairs, Vol. 32, No. 1/2(JuneDecember).

Vice Admiral RN Ganesh, 2022, Beyond the jargon on AUKUS: A Nuclear Submarine 101, Institute of Peace and Conflict Studies, Special Report 211. January.

 Jude Blanchette, Fichard Rossow, 2022, “The Ukraine Crisis and Asia: Implications and Respons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l Studies, Online Event, March 2.

 

언론 보도자료

 

민서연, 2022, “, 인도에 실망...‘러시아와 제휴 말라경고”, 조선일보, 47.

유철종, 2019, “인도, 러 방공미사일 s-400 도입 서둘러.., 불만 표시”, 《연합뉴스》, 117.

이지현, 2022, “러 제재 탈출구 자처한 인도...루불·루피 결제시스템 도입”,한국경제신문, 318.

Suhasini Haidar, 2019, “Explained: How will purchases from Russia affect India-U.S. ties?”, The Hindu, October 6.

Suhasini Haidar, 2022, “India is not a conduit for Russian oil sales: Jaishankar”, The Hindu, Jun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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