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박사가 권하는 통일시대 필독서 "세기와 더불어"

나는 주체사상을 전공한 철학박사(Ph.D)다. 대한민국에 철학박사가 많지만 주체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는 내가 유일하다. 내가 학위논문 작성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룬 참고문헌은 단연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이다.

세기와 더불어는 8권으로 구성되어 1912년 김일성 탄생으로부터 1945년 해방까지의 시기를 담고 있다. 6권까지는 김일성 주석 생전에 출판되었고 7권과 8권은 생전의 진술과 원고를 바탕으로 사후 출판된 계승본이다. 

회고록의 장르는 전기 중에서도 자서전이다. 김일성 주석의 자서전이라는 데 "세기와 더불어"의 가치가 있다. 북에서 김일성 주석은 국가 지도자인 "주석"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북 전체 인민대중의 운명의 구원자인 "수령"이었다.

수령은 전체 인민대중을 대표한다. 전체 인민대중의 요구는 수령에게 체현되어 표현된다. 따라서 수령을 보면 인민이 보인다. 북의 동포를 제대로 보려면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야 북녘 동포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생각을 알 수 있으며 뜻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학과 "세기와 더불어"

일년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북한학" 논문들은 실제 생활하는 북녘 동포의 삶에 가닿을 수 없다. 앙상한 경제 지표나 정치 개념은 정작 "사람"을 담아내지 못한다. 북의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소위 "북한학"이 양성하는 "북한 전문가"가 북에 대해 어떤 정책을 양산하며 어떤 편견을 유포하게 되는지는 불문가지이다.

소위 "북한학자"들부터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결을 섬세하게 더듬어내는 인문학적 소양 없이 생동하는 북의 현실을 읽어낼 수 없고 살아있는 북의 동포는 더더욱 만날 수 없다. 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북한학"을 무엇에 쓸 것인가?

북한학자들의 급선무는 제 머리 속에 박제해 놓은 "북한"을 지우는 것이다. 그런 "북한"은 지구 상에 없다. 반공과 반북에 세뇌되어 책상 앞에서 머릿속으로 주조한 "북한"은 역설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만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쌍둥이이자 사생아이다.

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 중 어느 누가 자기 학문의 대상을 증오와 편견에 차서 적대적으로 대하는 자들이 있던가? 중세에 마녀학을 전공하던 수도사들이나 그러했고 현대 학자들은 그들을 동료로 여기지 않는다. 북한학 전공 학자들은 마녀학 전공 수도사들의 학문적 입장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북한학과는 석사과정에서 "세기와 더불어" 강독을 기초필수로 개설해야 한다. 북에서 살아 숨쉬며 생활하는 북의 인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의 "수령"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수령"과 항일무장투쟁의 "혁명전통"을 모르고서는 우리가 만나야 할 북의 동포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비단 북한학 전공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과제이며 어느 특정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고 맡겨놓아서도 아니 된다. 

 

촛불시민과 "세기와 더불어"

북의 동포들을 만나는 것은 이제 평화를 사랑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촛불시민들의 과제이자 의무이다. 촛불시민들은 통일문제에 관해 정치권에 일정하게 위임하였던 자기 권리를 거두어들이고 직접정치의 주인이 되어 통일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시대의 물결은 깊고 얕은 소를 만나 잠시 정체하거나 역류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도도하게 통일의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6.15에서 터져나와 4.27을 지나온 거세찬 격류는 마침내 분단의 담을 허물어뜨리고 우리 민족이 하나되는 통일시대를 열어낼 것이다.

가슴벅찬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촛불시민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세기와 더불어"를 추천한다. 더 이상 통일 이벤트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통일문제를 맡겨놓을 수 없다.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반북대결적인 차기 정부에 맡길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촛불시민 모두가 통일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세기와 더불어" 읽기로 크게 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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